Login

죽은 새끼를 며칠씩 업고 다니는 침팬지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9-07 00:19

동물들이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
침팬지의 절절한 母性 - 업어다 깨끗한 데 눕히고 매만져… 동료한테 데려가 확인시키고 죽음 인정한 뒤에야 일상으로…
새끼 잃은 돌고래의 절규 - 공격 받아 갑자기 죽었을 땐 물에 못 빠지게 계속 밀어올려… 죽음 쉽게 못 받아들이는 행위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름이나 형태는 달라도 인류는 모두 돌아가신 조상이나 가족을 기리는 풍습을 갖고 있다. 특히 최근에 가족을 잃었다면 이번 추석은 남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떨까. 최근 과학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는 동물에서 실제로 죽음을 인식한다는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 동물 역시 가족의 죽음에 극도의 슬픔을 나타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 받아들이는 데 시간 필요

침팬지 사회에서는 어미가 새끼가 죽었는데도 며칠씩 계속 업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지난 2월 네덜란드 막스플랑크 심리언어학 연구소는 이런 침팬지 어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

어미 침팬지는 새끼가 죽어도 한동안 평소처럼 업고 다닌다. 어미 침팬지는 동료가 죽음을 확인한 후에야 새끼의 시신을 두고 떠난다. /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연구진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16개월 된 새끼를 잃은 어미의 행동을 촬영했다. 다른 침팬지처럼 이 어미도 새끼를 업고 다녔다. 며칠 후 어미는 새끼를 깨끗한 곳에 눕히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계속 어루만지는 행동을 보였다. 그러기를 한 시간쯤 하고는 어미는 새끼를 다른 동료가 있는 곳에 데려갔다. 동료는 새끼의 상태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그 다음 날 어미는 더는 새끼의 시신을 들고 다니지 않았다.

연구진은 어미의 이런 행동은 새끼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혼자서 새끼의 시신을 보다가 동료에게 데려가는 것도 집단적으로 죽음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설명됐다. 그 사이 새끼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것.

돌연사와 질병사에 따라 다른 반응

돌고래도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 2007년 여름 이탈리아 테티스 연구소의 연구진은 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가 물에 빠지지 않게 계속 주둥이로 밀어올리는 모습을 관찰했다. 이 행동은 이틀이나 계속됐다.

연 구진은 새끼 턱 밑에 커다란 타박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다른 돌고래로부터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의 곤잘보(Gonzalvo) 박사는 최근 논문에서 "돌고래 사회에서는 다른 어른이 새끼를 죽이는 경우가 많다"며 "어미가 평소와 다르게 울고 새끼가 물에 빠지지 못하게 하는 행동은 새끼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해에서 숨지기 직전의 참돌고래 한마리를 다른 참돌고래들이 수면 위로 밀어올리는 장면.

 

하지만 새끼의 죽음에 대한 돌고래 어미의 행동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다. 2008년 테티스 연구소 연구진은 2~3개월 된 새끼 돌고래가 제대로 헤엄을 치지 못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새끼의 몸이 희게 변색한 것으로 보아 살충제나 중금속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주변 돌고래들이 새끼가 물에 떠 있도록 도와줬지만 결국 한 시간 뒤 새끼는 죽었다.

이번에는 어미의 행동이 달랐다. 어미는 새끼의 시신을 물 위로 올리는 행동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시신이 가라앉게 내버려뒀다. 새끼가 가라앉자 돌고래들은 그 자리를 떠났다.

곤 잘보 박사는 "동료가 병에 걸려 고통을 호소하면 도와주기는 하지만 이미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살아 있는 동안 도와주다가 죽음 뒤에는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앞서 경우처럼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면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며칠 동안 머무른다는 말이다.

슬픔 때문에 집단 자살 부르기도

뉴질랜드 범고래 연구소의 잉그리드 비저(Visser) 박사는 "돌고래가 집단적으로 바닷가에 떠밀려 오는 것도 가족이나 동료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돌고래 한 마리가 죽어 바닷가에 떠밀려 오면 다른 고래들도 따라온다. 사람들이 다른 고래의 희생을 막기 위해 바닷가에 오지 못하게 해도 계속 찾아온다.

KIST 뇌과학연구소의 신희섭 박사는 "생쥐도 다른 생쥐가 전기자극을 받으면 뇌에서 고통신호가 나온다"며 "인간과 같은 감정이입을 동물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뇌 회로가 차단되면 동료의 고통에도 무신경한 이른바 '사이코패스' 쥐가 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슬픔을 느낄 수 있어야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日연구진 '쥐 共感능력' 실험
눈앞의 좋아하는 먹이보다… 물에 빠진 '동료' 먼저 구해곤경에 빠진 사람을 모른 체하고 자기 이익만 챙기면 ‘짐승 같은 사람’이라는 욕을 먹는다. 하지만 짐승도 그런 짓은 안 한다....
美연구진, 10개 언어의 구글검색·신문기사 등 빅데이터 분석
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람들은 누구일까.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거꾸로 중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부정적인 경향이 강했다. 미국...
한국인 2명 주도 美연구팀腸에 신호보내 지방 연소 쥐 실험 성공, 수년뒤 상용화 밥을 먹은 것처럼 몸을 속여 칼로리를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신개념 다이어트 약이 개발됐다. ‘상상...
캐나다서 세계 최초로 법정증거 제출… 美서도 추진
예전엔 자동차 사고가 나면 목소리부터 높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엔 영상기록장치인 블랙박스를 먼저 챙긴다. 목격자 하나 없어도 블랙박스가 녹화한 사고 순간만 보면 누구...
올해 노벨 화학상은 살아있는 세포 내부까지 볼 수 있는 초고해상도 광학현미경을 개발함으로써 생명연구의 지평을 넓힌 미국과 독일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노벨상 2014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에너지 효율이 좋고 환경 친화적인 광원(光源)인 청색 LED(발광다이오드)를 발명한 일본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회는...
동물 뇌 조종 기생충 '톡소포자충'기생충 번식 위해 쥐 공포심 없애 고양이에게 쉽게 잡아먹히게 해인간의 약 30%가 감염자살 충동 유발할 확률 높이고 임신부 감염 땐 유산·기형아 출산▲ 톡소포자충 현미경 사진. 안쪽에 딸세포(가운데 노란색)들이 형태를...
저가 공세에 매출 반 토막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매출이 국산 복제약 공세에 밀려 반 토막 났다. 22일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와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IMS 등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지난 1~4월에는 월평균 21억3000만원어치가 처방됐다. 하지만 5월 이후 국내에 복제약이 출시된 이후...
암(癌)세포가 스스로 죽도록 자살 신호를 작동시키는 '나노 스위치'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독성이 강한 항암제와 달리 나노 스위치는 암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방식이라 부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연세대 천진우 교수(화학과)와 신전수·박승우...
여자의 표정이 나빠지면 남자는 슬그머니 자리를 뜨려 한다. 행여 다툼으로 번질까 두려워해서다. 여자는 남자의 그런 행동에 더 화를 낸다. 최근 심리 실험에서 남성은 여성이 행복한 모습에 덩달아 행복을 느끼지만, 여성은 자신의 불행에 남성이 동화돼 같이...
우주 생성의 비밀을 알려줄 소립자 연구에서 크게 앞서가던 한국 연구진이 중국에 단 1주일 사이로 막판 추월당했다. 중국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국제 연구진과 손잡은 결과 노벨상...
작년 짝퉁 적발 1위 MCM
지난해 가장 많이 적발된 짝퉁(위조상품)은 MCM의 가방인 것으로 조사됐다.특허청은 상표권특별사법경찰대가 지난해 위조상품 사범 139명을 형사입건하고 위조상품 2만8589점을 압수했다고 12일 밝혔다. 압수상품은 정품 시가로 따지면 약 145억원에 이른다.적발된...
허행량 교수 “둘째가 넷째보다 길수록 ’스타숭배’ 경향” 주장
검지가 긴 여학생은 연예인 스타를 좋아하는 성향인 것으로 드러났다. 허행량 세종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이(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여중생은 넷째 손가락(약지)에 비해 둘째 손가락(검지)이 길면...
동물들이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침팬지의 절절한 母性 - 업어다 깨끗한 데 눕히고 매만져… 동료한테 데려가 확인시키고 죽음 인정한 뒤에야 일상으로…새끼 잃은 돌고래의 절규 - 공격 받아 갑자기 죽었을 땐 물에 못 빠지게 계속 밀어올려… 죽음 쉽게 못...
유일한 인접국인 한국, 日 원전사고 현장에 조사요원 한명도 없다외교부 "日이 달가워하지 않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할 수야"교과부 "원자로 모델 서로 달라 한국에 도움 기대 안해"시스템이 없다… 현장엔 접근조차 못하고보도된 정보만 제공받아 일본의...
모의실험 기상청 "어디건지 몰라도 후쿠시마産 아냐"원자량 따져보면 핵실험탓은 아닌듯 지난 27일 강원도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 제논(Xe)이 검출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2호기] 연료봉이 녹아 격납용기 뚫고 나오면 대재앙…1·3호기 방사성 물질은 원자로에 갇혀 있지만 2호기는 그대로 노출돼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지난...
 1